일상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무대다. 반복되는 업무, 지루한 통근길, 예상 가능한 주말의 흐름까지. 그러나 그 속에 숨어 있는 미묘한 감정의 결, 위로의 순간,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고단함을 음악으로 끌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팝 씬을 대표하는 밴드 Official髭男dism은 바로 이 도전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들의 곡 「日常」(일상)은 제목처럼 평범한 하루를 배경으로 삼지만, 그 안에 내재한 불안과 고독, 그리고 작지만 확실한 위로를 포착한다.
1. 지친 하루의 서두, 가벼운 피로에서 깊은 고단함으로
곡은 「はしゃぎすぎた週末のシワ寄せならばまだ良いのに」(과하게 즐긴 주말의 여파라면 아직 괜찮을 텐데)라는 가사로 문을 연다. 단순한 숙취나 피곤함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가벼운 농담 같은 문장이다. 그러나 이 경쾌한 도입부는 곧 「変わり映えない 外れない」(변하지 않는, 벗어나지 못하는)라는 절망적인 구절로 이어진다. 같은 길, 같은 시간, 같은 풍경 속에 갇힌 듯한 답답함. 음악은 그렇게 ‘일상의 중력’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이 전환은 단순한 기분의 기복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감정의 리듬이다. 누구나 겪지만 쉽게 말하지 않는, 반복 속에서 서서히 축적되는 무력감. 히게단은 이 ‘보편적 무거움’을 위트와 리얼리즘이 교차하는 언어로 풀어낸다.
2. 희망과 절망 사이의 진동
가사 속 화자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도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先の見えない夜の帰り道」(앞이 보이지 않는 밤의 귀가길)은 막연한 불안감을, 「明日なんてなきゃ良いのに」(내일이 없었으면 좋겠어)는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절망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 어둠의 와중에도 노래는 작은 빛을 놓치지 않는다. 「その通知ひとつで全てを救い得る あなたの間の良さに」(그 알림 하나로 모든 걸 구원해주는 당신의 균형 잡힌 성격)이라는 구절은, 평범한 스마트폰 알림조차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일상의 가장 작은 파편들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3. 비교와 평가 속에 갇힌 나
「日常」의 또 다른 축은 ‘비교와 평가’다. 「ノルマ以下か以上か」(기준 이하인가 이상인가), 「日常は今日も計られる」(일상은 오늘도 재어진다)라는 구절은 우리가 매일같이 직면하는 사회적 압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정장을 입은 직장인과 추리닝 차림의 청년, 서로 다른 외양을 지녔어도 결국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을 재단한다. 우리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기준을 넘어도 곧 새로운 척도 앞에서 다시 흔들린다. 히게단의 가사는 이 불가피한 비교의 덫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청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4. 불완전한 자신과 마주하기
곡의 후반부는 차분한 고백처럼 다가온다. 「不細工な心ひとつ 日常を今日も生きる」(어설픈 마음 하나로 오늘도 일상을 살아간다)라는 구절은, 불완전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준다. 완벽을 가장하려 애쓰는 대신, 흐트러진 채로 하루를 견디는 진솔함.
또한 「何でも打ち明けてと言われる度に言えなくなる」(뭐든 털어놓으라고 할수록 오히려 말할 수 없어진다)라는 구절은, 타인의 기대와 ‘솔직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내면을 더 고립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드러낸다. 이는 현대인이 겪는 관계의 피로와도 맞닿아 있다.
5. 결론: 일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 작은 위로
Official髭男dism의 「日常」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경험하는 감정의 파동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스며 있는 하루의 단면을 통해 보편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 곡은 청자에게 말한다. “당신의 하루가 불완전해도 괜찮다. 그 안에서 찾아낸 작은 위로가 곧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결국 「日常」은 우리 모두가 매일같이 오르는 무대—아주 평범한 하루—에서 스스로를 견디고, 또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음악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진실한 위로. 그것이 히게단이 들려주는 ‘일상의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