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15일 발매된 DAY6의 미니 5집 〈The Book of Us : Gravity〉의 타이틀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단순한 청춘 찬가를 넘어, 청춘의 ‘지금 이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세대 간 공감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감정과 서사의 정교한 직조
곡은 사랑을 포함한 모든 인연의 “시작”이라는 지점에 주목한다. 가사는 그 시작을 책에 비유하며 “지금 이 순간도 아름다운 한 페이지가 되자”고 노래하는데, 이는 단순한 낭만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이 곡이 많은 사람들의 새해 첫 곡으로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해라는 ‘새로운 장’에서 이 노래는 독자이자 저자인 우리에게 “이 페이지, 잘 써보자”고 격려하는 듯하다.
음악적 실험, 그리고 데이식스의 정체성
사운드 측면에서 이 곡은 동양적 코드워크에 서양 록의 강렬함을 덧입혀 DAY6 특유의 하이브리드 록 사운드를 정립했다. 특히, J-ROCK 스타일의 브레이크비트를 변형한 인트로는 청자를 단숨에 곡의 서사 안으로 끌어당긴다. 이 같은 서양적 사운드와 한국어 가사의 절묘한 배합은 국내 록 장르에서 DAY6만의 독보적 위치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중성과 생명력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의 ‘시간을 거스르는 생명력’이다. 발매 당시보다 오히려 2022년 군백기 중 역주행을 통해 대중적 재발견이 이루어졌고, 새해마다 음원 차트에 다시 진입하는 유례없는 현상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히 팬덤의 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곡이 가진 시대와 무관하게 유효한 정서적 메시지, 그리고 사회적 사건—예: 스포츠 경기, 입시, 정치 집회—와의 강한 접착력이 곡의 생명력을 연장시키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멜론 월간 차트 12위, 써클차트 누적 스트리밍 1억 돌파 등 정점에 다다르며 “대기만성형 명곡”으로 입지를 굳혔다.
청춘의 사운드트랙으로서의 역할
‘예뻤어’가 DAY6 감성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DAY6의 철학을 대중에게 전달한 대표작이다. 사랑과 청춘, 시작과 희망, 두려움과 도전이라는 이질적인 감정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며, 단순한 ‘밴드 노래’가 아닌 청춘의 사운드트랙으로 기능한다.
이 노래는 경기장에서도, 교과서에서도, 심지어 정치적 공간에서도 반복 재생되며 특정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집단적 기억’이 되었다. 이는 곡이 단순한 음원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결론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책’이자 ‘기억의 장치’다. DAY6는 이 곡을 통해, 청춘이란 감정을 개인의 일기로 남기지 않고 모두의 책장에 꽂을 수 있는 공용 서사로 바꿔놓았다.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이처럼 꾸준하고, 맥락 있는 사랑을 받는 곡은 드물다. 그리고 우리는 매년 1월 1일, 이 노래를 들으며 또 한 페이지를 펼친다. 함께 써내려 갈, 우리의 이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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