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 멜로가 체질 OST의 백미, 역주행의 아이콘

2019년 8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 Part 3의 타이틀곡으로 공개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장범준 특유의 서정적 감성과 따뜻한 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곡은 드라마의 인기를 뛰어넘어 독립적인 음악으로서 대중에게 강하게 자리 잡았으며, 발매 직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마 시청률은 아쉽게도 1%대에 머물렀지만, 노래는 오히려 드라마보다 더 큰 화제를 낳으며 ‘역주행’의 대표 사례로 기록되었다.

2019년 8월,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OST Part 3의 타이틀곡으로 공개된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장범준 특유의 서정적 감성과 따뜻한 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곡은 드라마의 인기를 뛰어넘어 독립적인 음악으로서 대중에게 강하게 자리 잡았으며, 발매 직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드라마 시청률은 아쉽게도 1%대에 머물렀지만, 노래는 오히려 드라마보다 더 큰 화제를 낳으며 ‘역주행’의 대표 사례로 기록되었다.

음악적 구성과 사운드의 특징

이 곡은 나장조(B Major)로 쓰였으며 장범준이 직접 작사·작곡을 맡았다. 그러나 나장조는 일반적인 기타 연주자에게 다소 까다로운 키이기 때문에 실제 연주에서는 카포를 2프렛 혹은 4프렛에 끼워 변환하는 방식이 널리 쓰인다. 하프 다운 튜닝을 활용한 다장조 연주도 가능해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진다.

편성은 장범준의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민재현(베이스), 이규형(드럼), 전영호(키보드)가 합세하여 단출하지만 빈틈없는 앙상블을 이룬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권태훈이 맡아 전체적인 사운드의 균형과 따뜻한 질감을 살렸다. 곡은 초기 버스커 버스커 시절의 담백한 통기타 감성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반복되는 리프와 낮고 편안한 보컬 톤이 결합되어 특유의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장범준은 드라마 속 인물들이 실제로 부를 수 있다는 설정을 고려하여 가성 사용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성을 세 차례 삽입함으로써 곡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고, 절제 속에서 터져 나오는 여운을 극대화했다.

가사와 감정의 서사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가사에 담긴 감수성이다. 노랫말은 한 남자가 길을 걷다 스쳐간 샴푸 향기를 통해 옛사랑을 회상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흔들리는 꽃들과 후각적 이미지인 샴푸 향기가 결합되어 계절의 풍경과 내면의 감정이 교차하는 장면을 청자에게 생생히 전달한다.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라는 구절은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여온 내면의 독백을 그대로 드러낸다.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언어 대신 담백한 표현으로 오히려 깊은 울림을 전하며, 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곡에 투영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곡은 단순한 OST를 넘어 독립적인 음악적 서사를 지닌다.

대중성과 음원 성적

드라마의 인기는 크지 않았지만, 이 곡은 오히려 대중의 자발적 공유와 입소문으로 힘을 얻었다. 발매 당시 멜론 차트 60위권에서 출발한 곡은 꾸준히 상승해 한 달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2019년 가온 연간 디지털 차트 26위, 멜론 연간 차트 24위에 올랐으며, 2020년에는 두 차트 모두 4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롱런을 이어갔다. 누적 스트리밍 수는 2억 회를 넘어 장범준의 주요 곡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계절성이 강한 곡이라는 점에서 봄·여름 시즌마다 역주행을 반복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곡 자체가 지닌 감수성과 대중적 공감대가 지속적으로 소비된다는 증거이며, 한국 대중음악에서 보기 드문 장기적 생명력을 보여준다.

문화적 파급력과 활용

이 곡은 드라마 OST를 넘어 다양한 매체와 문화적 장면 속에 스며들었다. 히든싱어 6 – 장범준 편에서 2라운드 미션곡으로 쓰였고, 개그콘서트의 ‘아는 노래’ 코너에도 등장했다. 또한 프로야구 kt wiz의 강백호 선수 응원가로 사용되며 스포츠 경기장에서 울려 퍼졌다. 안타 직후 이 곡이 재생되면서 선수와 팬들의 감정이 맞닿는 특별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뭉쳐야 찬다 2의 ‘슛 어게인 오디션’에서는 김태술 선수가 밸런스 보드 위에서 기타를 치며 이 곡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음악적 퍼포먼스를 넘어 신체적 퍼포먼스와 결합된 사례로, 곡의 대중적 친근함과 확장성을 잘 보여준다.

창작 배경과 비하인드

이 곡의 탄생에는 드라마 감독 이병헌의 요청이 있었다. 그는 장범준에게 “벚꽃 엔딩 같은 국민가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고, 장범준은 이에 응답해 영국의 국민가요 ‘Wonderwall’처럼 기타 하나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만들었다.

재미있는 설정적 장치도 있다. 극 중에서는 이 곡이 주인공 손범수의 전 여자친구가 작사한 노래라는 설정이 들어가 있다. 때문에 극 중 손범수는 이 곡을 싫어하는 캐릭터로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와 청자에게는 오히려 드라마의 서사와 감정선을 강화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장범준은 이 곡의 악보를 먼저 자신의 SNS에 ‘옛날 경쾌한 느낌’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했고, 이후 드라마 방영을 통해 OST로 정식 발표되었다. 당시 후보곡이 세 곡이었으며 최종적으로 이 곡이 선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론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는 단순한 OST를 넘어선 하나의 완성도 높은 음악 작품이다. 짝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샴푸향이라는 일상적이고 후각적인 이미지로 풀어낸 담백한 가사, 장범준 특유의 따뜻한 보컬, 어쿠스틱 기반의 편곡이 어우러져 대중적 공감과 음악적 성취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무엇보다 이 곡은 역주행이라는 현상을 통해 대중 스스로가 곡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앞으로도 이 곡은 사랑의 섬세한 결을 가장 한국적인 감수성으로 담아낸 음악적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